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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12.29   
   [Why] 우주가 먼저인가 · 자연법칙이 먼저인가


[Why] 우주가 먼저인가 · 자연법칙이 먼저인가

“중력(gravity)은 실제 존재하는 힘인가? 아니면 아래로 떨어지는 물체를 설명하기 위해 인간이 만들어낸 힘인가?”

항상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물, 나무와 분리되는 순간 아래로 떨어지는 사과를 보면 우리는 아무 의심 없이 중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만고불변의 진리다. 시간과 공간에 따라 바꿀 수 있는 교통신호나 법규가 아니고, 누군가 만들어낸 단순한 아이디어도 아니다. 중력과 같은 물리 법칙은 무조건 따를 수밖에 없는 절대적 존재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우리가 믿고 있는 법칙들은 과연 실제 존재하는 힘일까? 아니면 일어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인간이 법칙을 만들어낸 것일까?

미국의 과학 저널리스트 데니스 오버바이는 지난 18일 뉴욕타임스에서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질문에 빗대 ‘우주(the universe)가 먼저냐 법칙(law)이 먼저냐?’ ‘우주 법칙은 실제 존재하는 것이냐? 아니면 현상을 설명하는 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자연법칙은 만고불변의 진리”

자연법칙은 예측 가능하며 어떤 일이 있어도 변하지 않는 것으로 믿는 사람들은 소위 플라톤주의자들이다. 이들은 “자연법칙은 객관적인 사실이고 인간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는 상관없이 절대적으로 존재한다. 자연법칙은 불변하며 창조되거나 변하거나 소멸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자칭 순수 플라톤주의자인 스티븐 와인버그 텍사스대 교수는 “들판에 바윗돌이 널려있는 것과 같이 자연법칙은 명확히 실재하며 영속적”이라고 말했다. 이 시대 최고의 플라톤주의자라고 할 수 있는 미국 MIT대 막스 테그마크 교수는 “수학이 곧 자연법칙이요, 우주 그 자체”라고까지 규정했다.

플라톤주의자에게 자연법칙은 확실히 존재하는 실체며 우주의 질서를 규정하는 절대적인 존재다. 이들은 자연법칙들이 실제 세상을 지배하고 있으며 절대적인 대상이라 여긴다.
◆“자연 법칙은 변하는 도구”

플라톤주의자와는 달리 자연법칙은 원래 있었던 것이 아니라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도구라는 견해를 가진 학자들도 있다.

애리조나 주립대 우주학자 데이비스 박사는 “과학은 마치 종교처럼 신념과 믿음에 근거한다. 다만 그 신앙의 대상을 신으로 하는 종교와는 달리 우주는 일정한 질서와 규칙에 따라 조직되어 있다는 생각에 대한 믿음에 기초한다”고 주장했다.

즉 자연에서 우리가 질서라고 알고 있는 것도 2000년 이상 계속된 관찰과 실험으로 형성되어온 것으로, 과학자들이 실험하고 있는 가설 바로 그것을 지칭하는 말이라는 것이다. 플라톤주의자들이 말하는 시공간을 초월해 적용되는 자연법칙이란 불과 17세기에서야 생겨난 개념이며, 그 후 사람들의 신앙의 대상이 신으로부터 과학으로 바뀌게 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프린스턴대 물리학과 존 휠러 교수 같은 과학자들은 심지어 자연법칙을 근본적 법칙이 아닌 근본적 프로그램이라고까지 주장한다. 결국 자연법칙은 언제나 변할 수 있으며 자연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도구라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자연법칙 근원은 영원한 수수께끼”

우주의 기원에 대한 여러 가지 학설이 있지만 어느 누구도 명확하게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자연법칙은 어디서 왔는지, 언제 어디서든 적용되는 보편성과 절대성을 가지고 있는지, 아니면 거센 바람 앞에 있는 나뭇잎처럼 쉽게 휩쓸려가는지 명확히 알기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오버바이는 도박에서 이기는 사람들과 과학자들을 비교하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나쁜 패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상당히 좋은 패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목적에 소극적으로 방어하기보다는 오히려 과감하게 배팅을 하는 것이 상대방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만약 자연법칙에 대해 사람들이 의심을 품게 되고 세상의 복잡함에 부딪히게 된다면, 도박사들이 이기기 위해 마치 자기 패가 좋은 것처럼 나서는 것같이 과학자들도 행동할 수밖에 없다. 바로 과학자들의 이런 자세 때문에 ‘우주가 먼저인지 자연법칙이 먼저인지’ ‘자연법칙은 과연 존재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영원히 수수께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오버바이가 내놓은 설명이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2000년 이상 도박에 임해왔고, 현재까지도 과학자들은 이 판에서 승리하고 있다고 오버바이는 주장했다.



곽창렬 기자 lions3639@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